● 이탈리아 [로마 3박+피렌체 1박+베니스  3박+밀라노 1박] 8박 10일

 부산에서 있었던 팜투어 신혼여행 박람회에 참여해서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신혼부부 전용 반자유 패키지만 듣고 자유 일정도 하루, 이틀 정도 있고 나머지는 다 가이드 전용이겠거니, 하고 편하게 생각한 나 자신의 안일함을 반성하며 후기를 작성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한 것에 비해 실망스러운 점들이 있어 후기로 꼭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같이 가는 커플이 20쌍?

- 처음 계약을 할 때 같이 가는 커플이 몇 쌍이냐고 물어봤고 최대 14쌍이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2-3쌍끼리만 가는 경우도 많다고 분명히 언급하셨기에 괜찮겠지... 하고 생각한 게 화근이었을까요. 

 로마 첫 투어시 저희가 함께 한 커플은 총 27쌍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인원에 가이드 1분이 15쌍, 나머지 1분이 12쌍을 인솔해 가셨고 많은 인원 때문에 수신기와 이어폰으로 소통을 했습니다. (이마저도 가이드분과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계속 지지직거리더군요) 더 문제는 다음 날이었습니다. 폼페이와 이탈리아 남부 투어 일정이었는데요. 무려 20쌍의 커플이 가이드 1명 인솔 하에 투어를 떠납니다. 기가 차더군요. 폼페이, 개인적으로 기대도 많이 하고 간 곳이었는데 입장권 끊는 것부터 말썽이어서 40여명이 20분간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40명의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동하다 보니 한 커플이라도 늦으면 나머지 사람들이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시간 활용이 아주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포지타노에서 시간을 많이 주시겠다는 가이드분의 자체적 판단 하에 폼페이를 마치 우리 집 동네 산책 하듯이 슥슥 지나갑니다. 전혀 수신되지 않고 지지직거리는 이어폰은 아예 빼 버렸습니다. 내가 폼페이를 온 건지, 동네 공원을 온 건지 의문스럽더군요. 이렇게 올 거면 뭐하러 왔나 싶었습니다. 가이드분은 속사포랩으로 설명을 하시며 쏜살같이 앞장서가고 그 뒤를 40명이 놓칠세라 졸졸 따라가는 모습 어디에서 신혼여행이라는 의미를 찾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전체 일정을 소화하고 알게 된 것인데 해당 장소와 투어가 같은 사람들끼리 패키지로 묶여 진행이 되더라구요. 베니스에서는 단 5쌍이 함께 했는데 얼마나 간편하고 좋던지요. 집합 장소까지 빨리 빨리 모이고 설명도 풍부하게 들을 수 있고 서로 친목도 다지고. 한국에서 여러 군데 투어 계약을 했어도 유럽 현지에서 이렇게 한꺼번에 모이게 되는 거라면 미리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혼여행 첫 날부터 마치 초등학생들 현장체험학습 가는 느낌을 느끼게 되는 건 좀 아니잖아요. 

2. 개인 자유 일정

 결혼식 준비로 너무 바빠 신혼여행 일정을 세밀하게 찾아보지 못한 저희의 잘못도 충분히 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자유 일정이 많은 줄 몰랐거든요. 피렌체는 이틀 내내 자유 일정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피렌체에서는 볼 게 정말 많습니다. 피렌체를 제일 기대하고 있었던 저로서는 피렌체에 이렇게 볼 게 많고 그 곳들에 입장하려면 다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결혼식 5일 전에 알게 되어 정말 바빴습니다. '추천'으로 장소 이름만 열거할 게 아니라 예약이 필요한 장소에 대한 추가 안내가 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숙소 

 같은 4성급이라도 호텔의 시설이 천지차이라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피렌체에서 묵었던 호텔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침대가 있다고? 싶을 정도로 난방이 전혀 안 될 것 같은 방에 침대가 멀거니 있더라구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계단도 올라가고 복도도 한참을 지나가야 방이 있어 무거운 캐리어를 계속 끌고 다녀야 했습니다. 근데 여기가 4성급이더라구요? 이런 호텔이 4성급이냐는 불만은 제쳐두고, 같은 4성급 호텔이니까 괜찮겠지, 라는 생각보다 내부 답사나 시설 조사를 진행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베니스에서 만났던 커플들 중 한 커플은 저희랑 일정이 완전히 똑같은데 피렌체 숙소가 너무 좋지 않았냐고 얘기하시더라구요. 얘기를 들어보니 4성급인 것만 똑같고 시설은 천지 차이더군요. 완전히 속은 느낌이었습니다. 애초에 일정이 같은데 숙소가 다른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같은 4성급 숙소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 몰랐을까 싶은 의구심마저 들더군요. 

4. 도시 간 이동 

 도시 간 이동은 기차로 하는데, 이건 커플들이 알아서 찾아가야 합니다. 기차표만 예매해 놓았더라구요. 캐리어 다 끌고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 번호 확인하고 할 때는 이게 패키지가 맞나? 싶었습니다. 

5. 총평

 반자유 패키지라고 으레 생각하는 것과는 일정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꼭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분명 패키지긴 한데 베니스에서의 투어를 제외하곤 나머지 투어가 다 실망스러워서 솔직히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느껴지진 않더라구요. 일년에 많은 커플들을 상대하고 얼마나 많은 예약을 진행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한 쌍의 커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있을 텐데 좀 더 세심하게 신경써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은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