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재밌는 영화가 하나도 없어.”

이코노미석 개인스크린을 꾹꾹 눌러보던 오빠가 한숨을 푹 내쉽니다. 비행기 내에서 잠을 자지 못하는 체질이거든요. 발리로 향하는 7시간이 얼마나 괴로울지 벌써부터 걱정되나 봅니다. 저는 신혼여행이 정말 기대되는데 말예요.

7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발리! 역시나 저는 숙면을 취했지만 오빠는 뜬눈으로 시간을 보내서 눈이 퀭했어요. 안내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이민심사대에 도착했습니다. 당연히 부부단위로 입국심사를 받을 줄 알았는데 “One by one”이라고 써진 팻말을 보고 크게 당황했어요. 저는 영어를 잘 못하거든요. 다행히 오빠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 벼락치기로 “4박 6일 머물러요” & “저 사람이 남편이예요” & “허니문 왔어요” 같은 간단한 표현을 배웠습니다. 다행히 우리 같은 한인 신혼부부가 많이 찾아오는 지역이라 그런지 “How many days?” 라고만 묻더라고요. 더듬더듬 “포 데이즈” 라고 최대한 혀를 굴리며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여권에 발리 입국도장이 쿵! 찍혔습니다. 여권을 챙겨 심사대를 여유롭게(?) 통과하고나니 오빠가 이미 기다리고 있더라고요.“별거 아닌데 괜히 엄청 긴장했다”며 입국심사 썰을 풀어놓았습니다.

짐을 찾고 나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팻말들. 인기 연예인들은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어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고요.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신혼부부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다 우리 부부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발견했습니다. 선하고 앳되어 보이는 얼굴을 가진 가이드는 자신의 이름이 야나(Yana)라고 밝히며 우리를 환영해줬어요. 

달콤한 내음이 가득한 캄보자 목걸이를 목에 두른 채 허기를 달래러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굉장히 맛있었어요. 특히 가게 입구에서 목청 좋은 인도네시아 아주머니가 아리랑(!)을 부르시는데 정말 잘 부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답례로 엄지손가락을 마구마구 치켜 올려주었어요.

맛있는 식사가 끝난 뒤 우리의 숙소인 아비아 빌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풀빌라는 정말 고요할 정도로 주위가 조용하더라고요. 에어컨도 빵빵히 틀어져있어 실내는 서늘한데다 여기저기 가득 뿌려진 장미꽃은 신혼여행을 실감나게 해주었어요. 간단히 짐을 풀고, 빌라에서 준비해준 작은 케이크와 음료를 마시며 여독을 풀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결혼 전부터 준비해둔 래쉬가드와 아쿠아슈즈를 바리바리 입고 래프팅을 하러 아융강으로 떠났습니다. 가는 길에 야나씨가 발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특히 멀리 보이는 아궁화산을 보며 발리는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왔을땐 아궁화산의 활동으로 언론이 시끄러웠거든요.

래프팅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중간중간 폭포에 멈추어 사진을 찍기도 하고, 헬멧에 풀을 꽂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울창한 산 속에 있는 강을 타고 1시간 가량 래프팅을 즐겼는데, 오빠도 한국의 군대식 래프팅 같지 않다며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오빠는 재미라는 명목으로 일부러 빠뜨리고 물을 먹이는 가학적인 행동을 극도로 싫어하거든요. 혹시라도 래프팅이 거칠지 않을까 우려하신다면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하고 즐겁습니다!

래프팅을 즐긴 후 그 장소에서 현지식을 간단히 먹고 코코넛 오일 마사지를 받으러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충격의 시간. 우리를 방 안에 안내하더니 1회용 팬티를 입으라고 주곤 나가버리더라고요. 우리 부부 모두 마사지를 처음 받아보는거라 충격과 공포 속에서 탈의를 했습니다. 가운을 입고 문을 노크하자 두 마사지사가 들어와 족욕+마사지를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아픈 마사지를 예상했는데, 부드럽고 강하게 지압 마사지를 해주어서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래프팅으로 지친 둘은 금세 쿨- 잠들었습니다. 2시간은 너무 긴게 아닐까 했는데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빌라에 돌아와 맛있는 식사를 먹으며 2일차를 마무리 했습니다. 

3일차는 워터봄 파크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가지려 했는데, 발리의 명절이 끼는 바람에 4일차 일정과 바꿔야 했습니다. 풀빌라 내에서 푹- 쉬다보니 사진작가분 두 분이 빌라를 방문하셨어요. 30~40분 정도 빌라 내에서 재미나게 스냅샷을 찍은 뒤, Feel 받은 저희 둘은 수영장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며 셀카를 찍고 놀았습니다. 이 때만 200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어요. 물 속을 오가며 찍다보니 시간 가는줄 몰랐죠 ㅎㅎ 

빌라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마사지를 받으러 빌라 내 마사지실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에도 있더군요. 그 놈의 1회용 팬티 ㅋㅋㅋㅋㅋ 뭔가 색다른 마사지 방법을 기대했는데, 2일차의 코코넛 오일 마사지랑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다만 욕조에서 30분 정도 몸을 풀 수 있는건 좋았습니다. 

마사지를 끝내고 꾸따 비치를 찾아갔습니다. 야나씨가 수영 하면 안된다고 누누히 말씀하셔서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파도의 높이를 보니 이해가 갔어요. 서퍼들이 발리로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마음이 탁 트일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파도가 치거든요. 만약 근처 해변에 가고 싶다면 5시에서 6시반 정도 사이에 가셔요. 그러면 발리의 낮-저녁-밤을 한번의 외출로 볼 수 있습니다! 

돌아와보니 캔들 디너가 준비 되어있었습니다. 좀 더 화려한 촛불과 많은 양의 장미꽃을 기대했지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 있어서 좋았어요. 신혼여행을 축하하기 위해 사온 빈땅 맥주병(발리에서 유명한 술이예요!)를 반씩 나눠마시고, 술이 약한 둘 다 곧바로 기절하며 3일차를 마무리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4일차의 아침은 워터봄 수영장에서 맞이했어요. 신기하게도 선금을 지불하면 손목띠를 하나 받게 되는데, 유료 시설을 이용할때마다 손목띠를 스캔하여 금액을 차감하더군요. 별도로 돈을 마련해오지 않은 저희는 무료시설만 찾아다니며 재밌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튜브, 구명조끼, 슬라이드 같은 핵심 시설은 모두 무료이기 때문에 재미난 시간을 보내는데 부족하진 않았어요. 

슬라이드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측 타워에 있는 슬라이드는 튜브를 타고 내려가는거라 굉장히 재밌지만… 왼쪽 타워의 슬라이드는 많이 무섭습니다. 이걸 모르고 오빠에게 좌측 슬라이드 타자고 졸랐다가… 정상에 올라가서 후회했습니다. 미끄럼틀처럼 내려가는게 아니라, 폭탄을 투하하듯 사람을 배출(…)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예능에서 자주 나오는 그 벌칙 슬라이드요!! 표정이 굳어있던 오빠가 변기 속 응가 내리듯 투콱!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걸 보고 저도 조금 후회 했습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밉다면 타러 가자고 해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워터봄 이후 점심을 먹은 뒤 초콜릿 스톤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이건 굉장히 색달랐어요. 초콜릿 향이 나는 오일(초콜릿이 아니예요!! 이름에 속지마세요)과 밥통에(…진짜 밥통!) 데운 돌을 이용하여 몸을 지져주는데 진짜 피로가 확 풀렸습니다. 뜨거운 돌을 이용할 줄 몰라서 방심했다가, 뜨거운 돌에 “아 뜨거!” 하며 깜짝 놀랐어요. 그렇다고 피부가 데일 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진 마셔요.

마사지 이후 선셋디너 크루즈로 이동!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발리의 일몰도 볼 수 있었고, 선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와 식사도 대단히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신혼부부들이 스테이지로 나와 춤을 추는 시간이 있었는데, 오빠와 저 둘 다 춤을 잘 추는 편이 아니라 많이 어색해 했어요. 그러나 집에 오는 길에 사진과 영상을 보니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겠더라고요.  

크루즈 말고 다른 옵션으로 짐바란 씨푸드를 해변가에서 먹는게 있었는데, 해산물을 먹어보고 싶다면 짐바란 씨푸드를. 뷔페와 이벤트를 보고싶다면 크루즈를 타세요.

5일차는 이른 아침을 먹고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빌라에서의 마지막 날이거든요. 아침 10시 30분경에 숙소를 빠져나와, 쿠키 레스토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여러분, 여기에서는 반드시 한식이나 현지식을 고르세요. 저희는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발리에서 제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별로였습니다. 오빠도 웬만해선 음식을 가리지 않는데(오빠는 일주일 묵은 양말맛 혹은 걸레냄새 나는 열대 과일도 잘 먹거든요), 이 스테이크는 정말 맛이 없다며 접시를 깔끔하게 비웠어요(…뭐여). 

그리고 매장을 간단히 순회하며 파괴적인 지름으로 VIP가 된 뒤, 우붓 시장에 찾아갔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시장의 느낌이었어요. 별로 사고 싶은건 없었는데, 캄보자 머리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짧은 영어로 인도네시아 할머니와 가격흥정을 시도했지만… 역시. 아줌마 상대하기 어려운건 만국공통입니다. 좀 더 쉬워보이는 아저씨로 타켓을 바꾸어, 5달러짜리 머리끈 세트를 2달러로 낮추었습니다. 여러분, 가격 흥정을 할 때 반드시 반값 이하로 부른 뒤 차츰 올려가며 합의점을 찾으세요. 상대방이 부르는 값을 그대로 내면 여러분은 호구가 됩니다. 진짜예요.

저녁식사는 오션 27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었습니다. 해변가를 바라보며 먹는거라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온 몸에 바다의 소금기가 끼는건 빼고요. 그리곤 바로 옆에 있던 백화점을 구경했습니다. 백화점은 그냥 우리나라 백화점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들어가셔도 별로 놀라운걸 발견하진 못하실 거예요.

일정을 모두 마치고 발리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꼼꼼히 우리를 챙겨주신 가이드 야나씨와 기사님 가데크씨에게 팁을 듬뿍(!!!!) 드렸어요. 신혼여행 첫날부터 세심하게 우리를 챙겨주셔서 너무나도 편안한 신혼여행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봐도 너무나 즐거운 신혼여행이었어요. 우리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계속 발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 야나씨에게도 정말로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발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면 야나씨를 추천드려요!

무려 천장이 넘어가는 사진을 볼 때마다, 야나씨가 해주신 말씀들과 발리에서 지냈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또한 발리의 복잡한 시내와 좁은 골목들을 안전하게 운전해주신 기사님 가데크씨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이 여행을 상담 받고, 결정한뒤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주시고, 친절하게 답변해주시고, 마지막날 최종적으로 점검전화도 해주셨던 팜투어 안산지사 정예슬 매니저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신혼여행 안전하게 다녀올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도 저희처럼 발리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